꼬질꼬질한 채로 숙소에 도착한 우리. 도저히 그냥 나갈 수는 없어서 간단히 짐을 풀고 샤워를 한 다음 밖으로 향했다. 첫 일정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생각해 남은 반나절은 좀 여유있게 보내기로. 일단은 보리라고 마음먹은 뮤지컬 티켓을 미리 구매해두기 위해 래스터 스퀘어로 향했다. 래스터 스퀘어 티켓 부스들의 Half Price가 뻥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예매해고 가는 것보다는 저렴하겠지. 영국 4박 5일 일정 (실제로는 마지막날 오전에 브뤼셀 출발하기 때문에 3.5일 정도가 맞지만) 동안 쓰려고 환전해온 돈이 £200나 되서 -_- 계획과는 달리 현금으로 티켓을 구매하기로 했다.

래스터 스퀘어역에 내리자 마자 바로 보이는 것이 티켓 부스다. 그러나 바로 구매하는 건 역시 위험하고, 큰 길을 쭉 따라 들어가다 보면 수많은 부스들이 있으므로 발품을 팔더라도 찬찬히 돌아 볼 것. 부스마다 뮤지컬 제목과 함께 최저가격(당연히 좌석 위치는 나쁘겠지만)이 표시되어 있으므로 비교하고 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중에 스토리를 제대로 알고 있는건 라이언킹과 오페라의 유령 정도. 그치만 역시 놀러와선 가벼운 스토리가 좋아 선택은 Mamma Mia!로 했다.

웨스트엔드 뮤지컬 티켓 중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이나 맘마미아 티켓은 비싼편이라 Half price는 말도 안되고 그냥 조금의 할인이 되는 수준으로 밖에 티켓을 구매할 수 없었다. 우리가 티켓을 구매한 곳은 티켓 부스 중에서는 좀 깔끔하고 컸던 곳. 특이했던 것은 부스에서 미리 티켓을 확보해 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극장 쪽에 전화를 걸어 예매를 해 준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대략적 순서를 정리해보자면,

1. 부스 직원에게 뮤지컬 제목을 이야기하면 가격을 설명해준다.
    친절한 직원의 경우 좌석배치표를 보여주며 stall과 circle의 가격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2. 예매할 뮤지컬과 좌석위치(특정 좌석은 아니고, 1층이나 2층, stall 쪽이나 circle 쪽)를 선택하면 극장으로 전화를 건다.
3. 블라블라블라~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좌석을 배정받고 발권! 티켓과 함께 극장 약도를 받을 수 있다.

일단 기왕 뮤지컬을 보기로 한 거 좋은 자리에서 보기로 하고 (어차피 돈도 지나치게 넉넉;;) 1층 좌석을 선택. 전화를 걸어보더니 중앙쪽 자리는 없다고 하고 왼쪽 사이드 자리를 배정해줬다. 인기가 좋으니 이틀전에 예매해도 자리가 없구나 -_-

어쨌든 뮤지컬 예매를 마친 후 여행온 다른 친구들과 합류하기로 한 Hay's Galleria로 이동. 런던브릿지 역에서 내렸다가 길 찾느라고 조금 헤맸다. 템즈는 한강처럼 큰 강은 아니라서 건물 사이에 가려 강이 잘 보이지 않아 방향 파악에도 조금 헤매고.


약속시간까지는 좀 여유가 있어서 런던브릿지까지 걸었다. 사진은 런던브릿지에서 바라본 템즈강.



사진은 지하철 런던브릿지역이 아닌 런던브릿지 기차역. 벽돌로 만들어진 기차역 건물에서 고풍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건물에 런던 던전도 함께 있으나 별로 들어가볼 생각은 안들고; 런던브릿지역을 오른쪽으로 해서 쭉 걸어 내려가면 헤이스 갤러리아가 나온다.

헤이스 갤러리아는 여행책자에 템즈의 야경을 보며 저녁식사를 하기 좋은곳- 이라 설명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별로인 장소였음. 그나마 봐줄만한 건 중앙에 있는 분수 정도? 템즈가 시원스레 보이는 모습은 좋았다. 해가 생각보다 굉장히 늦게 져서 일단은 펍에 들어가 간단히 배를 채우고 맥주 한 잔을 하기로.



헤이스 갤러리아에서 나와 바로 오른쪽에 있는 펍. 맥주맛도 좋고 분위기도 나름 괜찮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대충 때우려고 내부에 앉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맥주를 사서 밖으로 나가 강가를 지나다니며 한잔씩 마시는 분위기. 맥주와 함께 피시앤 칩스와 소세지로 간단히 배를 채웠다. 실제로 음식을 먹어본 느낌은, 이 사람들 정말 먹는데는 별 관심 없구나 정도.

아, 정말 해가 징하게도 안지는 영국. 우스개로 진짜 해가 늦게 져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아니냐 할 정도로 해가 늦게진다; 서머타임을 고려해도. 이건 비단 영국 뿐만은 아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랬는데 물론 한여름이라 낮이 길기도 했다. 그래도 10가 다 되어가도록 해가 안지는 건 좀 너무하잖소! 영국에서는 다행히 일행 중에 남자가 한 사람 있어 밤 늦게까지 돌아다녔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해지고 깜깜할때까지 야경 기다리며 돌아다니는게 좀 겁나기도.

어쨌든 해 질 때까지 템즈강변을 걸으며 시티홀 앞의 까만 조각석에서 장난스레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타워브릿지를 건너 숙소로 걸어가기로 결정! 한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쭈욱 걸었다. 사진에도 나왔지만 런던은 현재 공사중! 어딜가나 크레인이 보인다. 아마도 올림픽 준비중?

타워브릿지를 건너 Aldgate East까지 걷는 길. 10시 되니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아 주위는 온통 캄캄하다. 가로등도 그리 밝지 않고. 걸어갈 수는 있지만, 또 짧지는 않은 거리라 오랫동안 바람을 쐬며 걸음을 옮겨야 했다. 뭐, 번화가가 아닌 생활 속의 런던 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역시 친구와 둘만이었으면 걸어가기 좀 무서웠을 듯. 바람이 시원해서 걸어가는 걸음은 가볍고 좋았다. 첫날이라 아직은 발도 쌩쌩.

다음날부터의 오전/오후 일정은 꽉꽉 짜여져 있는 편이니 숙소로 들어가서 휴식. 잠자리가 바뀌는 것에 둔감한 나는 꿈도 안 꾸고 쿨쿨 잠만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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