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의 글입니다.

이소라 6집 - 눈썹달
두 주 전쯤 오랜만에 CD를 한장 샀다. '음반을 산다.'라는 행위는 나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다. 많은 음반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자주 사는 것도 아닌 나에게는 음반을 사는 행위 자체가 소중한 선택의 일종이다.
음악을 들어봤더라도 구매하기 꺼려지는 아티스트가 있는가 하면, 들어보지 않고도 믿음만으로 구매하게 만드는 아티스트가 있다.(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차) 나에게는 이소라도 믿음을 주는 아티스트 중의 하나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 들어도 편안하며, 그녀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가사와 또한 아름다운 멜로디의 조합.
솔직히 고백하자면, '눈썹달'을 구매하기 전 이 음반에 수록된 곡을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케이블 음악방송 채널을 하루종일 틀어놓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슬슬 떨어져가고, 시들해져서인지 눈에도 귀에도 그리 썩 잘 들어오지 않는다. 김정화가 나오는 '이제 그만' 뮤직비디오를 얼핏 보기는 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유심히 본 적은 없다.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이 나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든 최초의 생각은 '사러 가야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뮤직비디오에도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건만- 어쩐지 모순인지도 모르겠다. 동생에게 말을 듣기 전만 해도 '바람이 분다'가 타이틀인줄 알았던 것을 생각하면 말 다했지=_=)
그녀의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색조는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새벽빛이다. 위에 올려놓은 사진과는 달리 내가 가진 앨범은 은색이 아닌 보라색인데, 생각해보면 은색과도, 보라색과도 잘 어울리는 듯 하다. 가사는 한없이 우울하기 그지없고, 멜로디 또한 그 우울함을 한층 더 강화한다. 그녀는 또한 김민규, 강현민, 정지찬, 신대철, 정재형 등의 호화로운 아티스트들의 곡들도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놓는다. 어쩌면 이것이 '이소라'라는 가수가 가진 가장 큰 힘일런지도 모르겠다. 누구와의 작업이든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다는 것.
그녀의 가사들은 우울하다.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확답을 내릴 수 없는 어린 나에게도, 그녀가 보여주는 이별의 가사들은 아프게 느껴진다. 그녀의 목소리는 또한 그 아픔을 커다랗게 증폭시킨다. 사랑을 통한 상처가 그대로 느껴지는 목소리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찌보면 조용하다. 그러나 그 조용함은 듣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잔잔하게 깔리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마치 그녀가 부르는 아픔들이 나의 것인양.
그녀의 목소리는 이른 새벽 문득 잠에서 깨어 보았던 새벽빛과 닮았다. 밝다고도, 어둡다고도 말할 수 없었던 푸른 빛. 얼마간의 짧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 그러나 분명히 가슴 속에 진하게 남아 있는 빛. 그 빛은 마치 사랑이 주는 아픔과도 닮았다. 처음에는 그 아픔이 마치 내가 가진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치유되고 아물어간다. 그러나 그 상처는 결코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다. 육체적 상처가 흉터로 그 흔적을 남기듯 가슴 상처도 크거나 혹은 작거나 흉터로 남아 떠올리는 그 순간 다시 원초적인 아픔을 느낀다.
그리하여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라는 '바람이 분다'의 가사는 어쩌면 그녀의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축이 된다.
내가 그녀의 음악에 보내는 신뢰는 어쩌면 그녀의 가사와 그녀의 목소리의 조합이 내 가슴의 무언가를 깊게, 그리고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번에도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이번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어두고, 나는 오늘도 잠들기 전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 예전에 박효신씨와 같이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해서 했던, 이별을 겪은 뒤 앨범을 낸다- 라던 그녀의 말이 마치 이번 앨범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공감을 가져다 주는 것은 정말로 그녀가 '이별'의 아픔을 겪은 뒤 적어내려갔을 가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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