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폴 성당에서 나와 템즈강의 유일한 보행자 전용도로인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면 바로 테이트 모던으로 동선이 이어진다. 템즈강은 그다지 폭이 넓지 않아 걸어서 건너는 데도 별 부담감이 없다. 차가 지나다니던 런던 브릿지를 건널 때와는 또 다른 느낌. 템즈강의 물은 여전히 갈색. 사람들이 많이 건너면 다리에도 어떤 느낌 같은게 전해져 온다.
런던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미술관과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였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다른 곳보다 그다지 물가가 비싸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다. 다시 런던에 온다면 하루 온종일을 투자해서 미술관 한 곳에 죽치고 앉아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미술관 두 곳―테이트 모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모두 떠올렸다.
테이트 모던은 여행일정 초반에 다녀왔기 때문에 시간분배를 잘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미술관이다. 현대미술 작품 하나하나가 가지는 독특한 느낌들을 좋아하는데 찬찬히 둘러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 흘러흘러 지나갔다는 느낌.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 답게 미술관 내부 인테리어도 굉장히 모던한 느낌이었다. 역시 이 곳에 있는 작품들 중에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리히텐슈타인의 <Whaam!>이 아닐까. 뭐,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더 날린걸로야 <행복한 눈물>을 따라갈 수 있겠냐만은.
Shop마저도 모던한 분위기로 꾸며놓은 미술관. 화력발전소가 이렇게 훌륭한 미술관으로 변모할 줄 누가 알았을까.
테이트 모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미술관 내에서 열심히 놀며, 배우던 아이들. 선생님의 지도하에 자유롭게 앉아서 작품을 보고,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모습이라서 더 신선했는지도. 아마 그렇게 미술을 배웠다면 너무 늦게 관심을 가져서 아쉽다고 생각한 몇 년 전 보다 훨씬 더 빨리 미술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눈만 돌리면 훌륭한 명작들이 가득한 도시에서 그 숨결을 느끼며 미술과 처음 만나게 되는 아이들은, 그것이 어쩌면 축복받은 일이라는 것을 알까.
기껏 찾아갔더니 분수쇼는 안하고 무대설치만 열심히 하고 있던 서머셋 하우스. 오히려 서머셋 하우스 자체보다 이 곳을 찾느라고 걸었던 영국의 거리들이 더 좋았다.
빅빈과 국회의사당을 지나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했지만, 화요일이라 이미 입장이 끝난 시간. 아직은 시간 여유가 많으니 잔디밭에 앉아 잠깐 쉬는 것도 좋다. 사원 앞에 있는 작은 잔디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먹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템즈강 건너편 런던아이. 사실 시간도 남고 돈도 넉넉히 환전해가서 타긴 했지만, 경비가 부족하거나 빠듯한 경우라면 패스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입장료가 꽤 부담스러운 편이라서. 해질 무렵에 보이는 전망이 가장 좋다고 해서 기다리고 싶었는데 역시 해가 너무 늦게 지는 바람에 그냥 저녁때 즈음해서 탑승.
구름, 강, 배, 내려다 보이는 사람들, 템즈강을 낀 런던의 전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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