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른 오전에 브뤼셀행 기차를 타고 떠나야 하기 때문에 런던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 숙소에서 제법 가까운 스피틀필즈 마켓에 가 보기로 했다. 숙소 근처이긴 하지만 스피틀필즈 마켓 쪽으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살짝 떨리기도 하고. 분위기 자체도 다른 관광지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한 15분 쯤? 열심히 걸어 올라가면 드디어 보이는 스피틀필즈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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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자체도 빈티지한 느낌이고 주위에도 빈티지 샵들이 많다. 스피틀필즈 바로 맞은편에 있는 허운데기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편이고. 마켓이 열리기 시작하는 시간 쯤 도착했기 때문에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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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종류는 굉장히 다양! 장신구부터 시작해서 책, 사진, 옷, 가방, 가구 등 수많은 종류의 제품을 진열해놓고 판다. 가격은 제품마다 붙여놓기 때문에 말이 잘 안통해도 거래는 충분히 가능. 신기하고 고풍스러운 물건들도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돈 문제도 있고, 앞으로의 일정에서 짐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3.0 짜리 빈티지 목걸이만 하나 구매.

이쪽으로 온 김에 맞은편에 있는 빈티지샵 허운데기에도 들어가봤다. 한국인이 주인이라고 하는데, 사실 한국사람을 보고 왔는지 못 보고 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샵 내부 벽이 벽돌로 되어 있어 따뜻한 느낌. 가격대는 마켓보단 조금 비싼 편이지만 꽤 괜찮은 제품들이 많은 편. 빈티지 제품들 뿐 아니라 샵 자체에서 제작한 상품들도 판매한다. 역시 사고 싶은 것들은 많았으나 그냥 작은 가방 하나만 구매.

관광지만 쭈욱 둘러보는 것 보다는 시간이 난다면 이런 작은 플리마켓들이나 시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코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좀 더 잘 살펴볼 수 있으니까.


다음 코스는 대영 박물관. 사실 별로 구미가 당기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찍고는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외양은 사실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내셔널 갤러리 같은 경우 앞에 있는 트라팔가 광장 때문에 위치 자체가 탁 트인 느낌이 들면서 미술관 건물이 굉장히 눈에 잘 들어오는데 비해, 대영박물관 앞은 좁은 골목길이라 답답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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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쨌든 런던에서는 잘 팔지 않는 아이스커피를 대영박물관 앞 스타벅스에서 드디어 발견해서 아이스 커피 하나와 박물관 앞에서 산 핫도그 하나를 들고 들어와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4일 내내 열심히 줄창 걸었더니 이미 발은 반신창이가 된데다 하필이면 신고 나간 신발이 딱딱해서 걸음걸이가 더 힘들었다. 앉아서 쉬면 어찌나 일어나기가 싫던지.

불편한 발을 이끌고 들어가면, 꾀죄죄하다시피한 외양과는 180도 다른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내부 인테리어는 굉장히 깔끔한 현대식으로 되어 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오히려 내부가 더 넓다는 느낌.  전시품은 또 어찌나 많은지 발도 아프고 힘들어 그리스, 로마만 집중적으로 보기로 하고 슥슥 돌아보는데만도 한참 걸렸다.

박물관에 별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볼거리가 많아 한번쯤 다녀와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드는 한편,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이렇게 전시해둔다는 것 자체는 좀 씁쓸하게 느껴졌다. 자기네 나라 유물들을 남의 나라 박물관에 와서야 볼 수 있다는 게 참.. 뭐 우리나라 유물도 다른 나라들에 뿔뿔이 흩어져 있긴 매한가지라지만.

어쨌든 개인적으론 대영박물관보단 내셔널 갤러리나 테이트 모던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박물관은 내부에서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점이 꽤 괜찮긴 했다. 사람들이 미어 터지는 루브르와는 달리 좀 더 한산한 편이라 마음에 드는 유물 옆에 서서 사진도 남길 수 있고.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된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밤에는 뮤지컬을 보기로 하고 이미 예매를 해 두었으니, 그 전까지는 쇼핑타임. 미리 맛을 봐두었던 리젠트 스트리트 쪽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선 (마음의) 벽이 높은 명품매장도 가볍게 들어가보고- 이런저런 가게들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나다. 버버리나 비비안웨스트우드 같은 경우 확실히 영국제품이라 우리나라보다 가격대가 낮은 편이었다. 물론 그런건 눈요기감이지만. 베네통이나 TOPSHOP, H&M, MANGO, ZARA 등의 브랜드는 여름세일기간에 가면 세일폭이 큰 편이니 한번쯤 들러볼 만 하다. 다만 세일상품의 경우 사이즈를 찾는 게 좀 힘든 편. 보통 우리나라 55, 66사이즈라면 맞게 입을 수 있는 XS나 S사이즈는 찾기가 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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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스톡풋에서. 가정식 레스토랑이라 메뉴 자체도 소박한 편이다. 가게 크기도 작고. 간판도 별로 크지 않아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스톡풋에서 주의할 점은 카드 결제가 안된다는 것! 어차피 돈을 더 쓸 일이 없을거라 생각하고 쇼핑할 때 돈을 거의 다 써버린 상태라 그 문구를 보고 황급히 남은 돈을 계산해봐야만 했다는. 저 베이컨은 스테이크를 시키려고 했는데 잘못 주문한거고, 고기만 두개 주문하면 좀 그러니까 하고 주문한 스파게티는 좀 닝닝한 맛이었다. 베이컨은 짭조름하니 맛은 좋았는데.


저녁식사를 마치고 첫날 들렀던 래스터스퀘어로 다시 출발. 맘마미아 전용극장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일단 입장하고 자리를 찾아 앉으니 보이는 새파란 무대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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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객들 중에는 나이가 꽤 되어 보이는 분들도 많았는데, 아마 ABBA의 노래를 동시대에 함께 즐기신 분들이 아닐까 한다. 워낙 유명한 노래들이라 배우들이 노래를 할 때 따라부르는 사람도 많았고. 배우와 함께 뮤지컬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매 무대가 끝날 때마다 열정적으로 박수갈채도 보내고. 도나역을 맡은 배우의 섹시한 목소리와 풍부한 발성이 굉장히 좋았다. 아는 노래가 많으니 흥겹기도 했고, 스토리라인도 어렵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엔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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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타는 빅벤과 국회의사당의 야경. 이미 지나다니며 수차례 본 곳이지만 제대로 야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뮤지컬이 끝난 후 잠깐 웨스트민스터 역에 들렀다.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빅벤과 국회의사당의 야경은 말 그대로 아름다움 그 자체. 붉은 빛을 띠는 야경은 '불탄다'는 말에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템즈강 건너로 보이는 도시와 런던아이의 야경도 좋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지만 다시 가보길 잘했다. 들르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아쉬웠을듯.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물고, 이제 다음날엔 새벽같이 일어나 브뤼셀로 떠나는 기차를 타야한다. 짧은 일정이지만 런던에 정이 많이 들어서 웨스트민스터 역으로떠나는 발걸음이 조금은 무거워졌다. 유럽에서의 첫 도시라 더 애착이 많이 갔는데. 어쨌든 떠날 준비를 마치고 얼른 자야지. 내일은 또 새 도시와 만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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