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동안의 짧은 브뤼셀 여행을 마치고 향한 곳은 암스테르담. 영국 내에서야 기차를 탈 일이 없었고, 유로스타는 따로 예약해서 타야하니 실제로 유레일패스를 이용해서 기차를 타는 첫 여정이었다. 일단 유레일 패스 개시를 해아해서 인터내셔널 창구를 찾는데 시간을 좀 보내고.. 헤매고 있는 게 우리만은 아니었던지 지나가던 한국 배낭여행객들이 와서 묻기도 하고 그러더라. 혹시 출발시간에 늦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좀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개시를 하고 기차에 탑승. MIDI역은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역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내셔널 창구가 많지 않은 편이라 이곳에서 패스를 개시하려면 좀 일찍 가는게 좋을 듯 하다.

브뤼셀에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예약해서 타는 기차가 아니라서 우리가 처음 탔을 때는 자리가 낙낙하니 남았었는데, 정차역마다 사람들이 밀려들어 나중에는 통로에 서서가는 사람도 많았다. 자리에 앉아 밀린 일기를 좀 써볼까 하고 수첩을 꺼냈는데 그게 어디 생각만큼 잘 써지나. 그냥 끼적대다 바깥도 좀 보고 사람들도 살펴보고 잠도 좀 자고 하면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시간을 보냈다.


기차를 타고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면 어딜 가나 볼 수 있는게 바로 그래피티. 처음에는 벨기에가 만화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가 했는데, 비단 벨기에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저런 곳에 어떻게 그렸을까 싶은 장소에마저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새삼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했었다.

4시간 동안의 기차여행을 마치고 암스테르담 중앙역Amsterdam Central Station 에 도착. 역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건물 자체도 고풍스러워 볼만하고.


우리가 묵을 곳은 호텔 Casa 400. 중앙역 근처가 아닌 암스텔역 근처에 있는 역이라서 다시 한 번 이동을 해야 한다. 중앙역에서 암스텔Amstel 역까지 기차로 가면 금방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한국에 도착하고서야 알았다; 결론은, 매번 중앙역까지 버스를 타고 다녔다는 것.

사실은 중앙역에서 암스텔역까지 가장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메트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도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메트로 타는 곳을 찾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엥? 그런데 그렇게 해서 찾은 메트로 입구는 막혀있는게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일단 역 밖으로 나와서 중앙역 맞은편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또 한참을 헤매고.. 결국에는 형광연두색 조끼를 입은 교통 안내원 분들께 메트로는 어떻게 타야하냐고 물어봐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메트로는 현재 운행중지중이고, 암스텔역까지는 대체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는 것. 나중에 시내를 돌아다니다 본 안내 포스터에 의하면 메트로가 현재 공사중이라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물어볼 걸!!!"

어쨌든 친절한 아저씨들의 안내를 받아―아마 메트로 운행중지 기간 내내 안내를 하시는 듯 했다.―버스를 타고 암스텔역으로 이동. 메트로 때문에 시간낭비한 것은 좀 아쉽지만, 버스 창을 통해 암스테르담 거리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지 어쩔 수 있나. 암스텔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느라 무거운 짐을 들고 뽈뽈뽈 돌아다니고, 지하도까지 오르락 내리락해야 했던 고생담까지 이야기하자면, 암스테르담 너 도대체 뭐야! 라는 말이 안나온 게 다행일 지경.


일단 체크인부터 하고, 창밖을 통해 바깥 풍경을 살피며 잠깐 숨을 돌렸다. 10층이라 그런지 전망은 좋은 편. 붉은 지붕 집들이 한없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잠깐 숨만 돌리고 다시 중앙역으로 버스를 타고 출발. 나중에 타야할 프랑크푸르트 → 파리행 열차는 예약이 필수이기 때문에 맘 편하게 미리 예약을 해 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번호표를 뽑고, 언제쯤 예약할 수 있으려나 앉아서 기다리기 시작. 이미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직후부터 삽질에 삽질을 거듭했기 때문에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거의 소파에 널부러져 앉았다. 그러나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 번호.... 결국엔 포기하고 더 늦기 전에 담 광장 쪽이나 둘러봐야겠다 싶어 밖으로 나왔다. 안그래도 오후에 도착했는데, 애꿎은 시간만 낭비한 셈. 그러나 이것도 결국 삽질이었음이 다음날 밝혀지는데,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는 독일에서 출발하는 기차의 예약이 불가능했다!!!! 이 날은 무슨 마가 끼었는지 이리도 삽질만 계속했는지.

중앙역에서 담광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서 충분히 이동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냥 트램을 타보기로 했다. 암스텔역에서 15개 짜리 스트립을 샀으니 써야지! 싶었던 것. 이미 심신도 지친 상태였고. 그런데 검표시스템이 좀 웃긴게, 어떤 트램은 검표를 철저하게 하는 반면, 어떤 트램은 설렁설렁 그냥 공짜로 탈 수 있다. 나중에는 차장이 있는 트램에서만 스트립을 찍고, 없는 경우 그냥 무임승차를 하는 꼼수를 쓰기도. 그런데 그냥 무임으로 타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 오히려.

담광장은 브뤼셀의 그랑플라스보다는 규모가 좀 큰 광장으로 역시 건물들로 둘러싸여있다. 그랑플라스보다 좋은점은 동상이 있는  트여있는 공간 앉아서 쉴 수 있다는 점인데, 지저분한 건 역시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 쓰레기가 마구 굴러다니니까.


동상 앞 계단에 앉으면 왕궁이 정면으로 보인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왕궁에는 비할 데 없이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광장에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펼치는 퍼포먼스도 항상 볼 수 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곳도 역시 비둘기들의 천국.


담 광장은 수많은 사람들, 자전거, 버스, 트램이 항상 쉼없이 이동 중이라 굉장히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 사람들은 도로 따위는 개의치 않고 마구 건너다니고, 자전거도 역시 마찬가지.


앉아서 한숨 돌렸으니 유명한 담락거리도 걸어봐야지. 확실히 이전의 런던이나 브뤼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분위기가 감돈다. 굉장히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 사진에서는 조금 과장되어 어둡게 나왔지만, 어쨌든 날씨는 꾸물꾸물했다. 여행기간 중 가장 날씨가 흐렸던 곳이 바로 이곳 암스테르담이었다. 담락거리를 걷다보면 감자튀김 집이 두세곳 있는데 크게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맛이 꽤 좋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 스몰사이즈를 사면 혼자서 한끼 대용으로 먹기에 딱 좋았다. 여러 가지 소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할 수 있는데 (물론 소스에 따라 추가요금은 더 내야한다.) 대부분 마요네즈를 선택. 새콤한 맛이 입에 착착 감기는 게 다음 날 생각나서 한번 더 먹었더랬다.

감자튀김을 사들고 다시 담광장 쪽으로 이동. 프리허그를 해 주는 두 여인네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물론 안기도 했고. 명동에 프리허그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에는 항상 그냥 지나쳐갔었는데, 여기 와서 하자니 쑥스럽기도 하고 왠지 즐겁기도 하고.

뭔가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되어버린 하루.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숙소로 돌아갔다. 고생만 열심히 한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암스테르담이 밉거나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 밤이 되어 창문사이로 보이는 야경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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