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암스테르담 관광의 중심인 담락거리를 봤으니, 암스테르담에서의 두번째 날은 아침엔 풍차마을, 오후엔 암스테르담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보는 일정을 세웠다. 우리가 암스테르담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하루 + 반나절 정도인데 반나절을 전날 오후와 저녁때 썼으니 이제 딱 하루동안의 시간이 남은셈. 풍차마을은 출국전 계획에서는 갔다오기로 했었는데, 막상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고 나서는 갔다와야하나 말아야하나, 간다면 시간을 어느정도 잡아야 하나 한참 고민했었다. 어쨌든 일정상 오전에는 다녀올 수 있겠다 싶어서 풍차마을로 출발!

암스테르담에서 풍차마을 잔세스칸스Zaanse Schans 까지 이동하기에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은 역시 기차.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알크마르행 열차를 타고 꼬잔띠끄역에서 내리면 된다. 알크마르행 열차는 속도가 느린 편이고 정차하는 역도 많아서 쌩쌩 달려가는 ICE나 IC보다는 좀 더 '기차여행' 스러운 느낌이 든다. 조그마한 꼬잔띠끄역에서 내리면 잔세스칸스로 가는 방향이 표지판으로 곳곳에 안내되어 있다. 아마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마을이라 그런 듯. 우리가 갔던 날은 일요일에다 아침인지라 한적한 마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들도 거의 보지 못했고. 암스테르담이 흐려서 출발할 때 좀 걱정했으나 여기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잔세스칸스로 가는 표지판에 보면 항상 자전거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가는 도중 우리처럼 뚜벅이로 걷는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길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객이었는데 모두 자전거를 타며 이동! 자전거 못하는 사람은 왠지 서럽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여행을 다니다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기차 칸에도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어쨌든 표지판을 따라 잔세스칸스로 이동!

여행책자에서는 꼬잔띠끄에서 잔세스칸스로 가는 길을 두가지로 설명해놓는다. 다리를 건너가는 것(무료)과 페리를 타고 잔강을 건너는 것(유료). 우리가 갔을 때는 다리가 공사중이라 페리를 이용하는 길 밖에는 없었다. 대신 페리는 무료로 운행된다. 다리가 공사중인지도 모르고 한참 헤맨후 잔세스칸스로 가려면 페리를 타는 것밖에 길이 없겠다는 걸 깨달은 우리. 덕분에 꼬잔띠끄 마을 구경은 원없이 했다.


멀리 보이는 풍차마을. 강의 유속이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다. 잔강뿐만 아니라 우리가 봤던 유럽 내 여러 강들은 모두 우리나라 강들보단 유속이 빠른듯 했다. 이유는 글쎄, 바람이 많이 불어서?

강을 건너 잔세스칸스 마을로 들어가면 입구에서부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풍차마을에 있는 풍차 중 현재 실제로 풍차가 돌아가는 곳은 세 곳. 그 중 첫번째 풍차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입장료도 비싸지 않고 해서. 놀랐던 것은 한국어로 된 리플렛이 있다는 것! 한국 사람들 여기 많이 오긴 하는구나 싶었다. 우리가 간 날은 중국 사람들만 잔뜩 있더니.


사실 풍차마을에선 풍차 자체보다 마을의 풍경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서 유유히 돌아가는 풍차. 풀밭 위의 젖소들. 야트막한 언덕과 그 위의 집들.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의 마을이었다. 물론 오전시간이라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떠나기가 아쉬운 풍차마을을 뒤로하고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출발. 사람들이 별로 없는 완행열차를 타고 가는 기분은 역시 좋다. 그런데 그렇게 도착한 암스테르담은 제대로 흐린 날씨. 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암스테르담에 첫 발을 디딘 어제의 날씨도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어째 런던보다 여기가 더 날씨 안좋은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쨌든 계획대로 박물관과 미술관은 둘러봐야지. 국립박물관과 고흐미술관 까지는 트램을 타고 가기로 결정. 우리나라에는 없는 교통수단이라 타고 다니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트램이 있는 도시에서는 트램을 많이 타고 다녔다.



국립박물관 앞에서 내리면 넓은 잔디밭과 함께 저 멀리 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넓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박물관으로 전진. 빗방울에 젖은 잔디를 걷는건 기분 좋은 일이다. 박물관은 현재 내부수리중으로 일부 작품들만 공개 중이다. 주로 보고 싶었던건 미술품들인데, 전체 작품을 훑어볼 수 없다는게 좀 아쉬웠다. 그래도 램브란트의 작품들을 실제로 봤으니 10€가 아깝진 않았다. 램브란트의 자화상 크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야경The Night Watch」과 「The Syndics of the Clothmaker's Guild」! 한쪽 벽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그림 앞에는 사람들이 서서, 앉아서 그림을 감상에 열중이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방이다보니 한 방에 그림 하나씩만 배치한 센스! 그림 해설이 나와있는 코팅자료도 언어별로 배치해두어 그림에서 부분부분을 찾아가며 보는 것도 흥미롭다.

국립박물관을 둘러보고 난 뒤에는 바로 옆에 위치한 고흐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이전에 서울에서 고흐전이 열렸을 때 수많은 인파에 질렸던 것이 생각나 갈까 말까 망설였으나, 같이 갔던 친구가 고흐를 굉장히 좋아해서 둘러보기로.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라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그것도 다른 유명화가들의 애호가들보다 압도적으로 불같은―받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그게 애정도로 이어지는 건 아니란 말이지. 고흐미술관이라고 해서 고흐작품만 있는 건 아니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물론 가장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은 고흐의 작품들. 생애순으로 나누어서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쭈욱 따라가면서 감상하기 좋다. 작품 수도 다른 곳에 비하면 비교하는 게 다른 미술관에게 폐가 될만큼 많고. 소장작품의 가치나 수준도 높다.

개인적으로는 고흐 작품도 좋았지만 그 위층에 전시되어 있는 판화작품들이 더 인상적이었는데 메모해 두었던 폰을 잃어버리고 오는 바람에 찾으려면 여기저기 뒤적거려야 되게 생겼다. 게으름 덕분에 찾아볼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던 거야 뭐 늘상 있는 일.

암스테르담 다음의 여행지는 뮌헨. 야간열차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에 미술관 두 군데를 돌아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그냥 암스테르담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결정. 유명하다는 꽃시장에도 들러봤다. 사실은 가게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해야 재미있다는데, 우린 그것도 모르고 그냥 거리를 걷기만 해서 별다른 재미는 못 느꼈다는게 아쉽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니 어제 먹었던 감자튀김이나 다시 한 번 먹자 싶어서 담 광장 쪽으로 향했다.


이곳의 감자튀김은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새콤한 마요소스가 일품이었는데. 감자튀김을 사들고 먹으며 거리를 걷고 있자니 또다시 부슬부슬 내리는 비. 담락거리의 벤치에 앉아서 비구경, 사람구경을 하며 잠시 쉬었다. 친구가 우산을 챙겨나와서 내리는 비를 쫄딱 맞지는 않아도 됐다는게 다행이었다. 비는 오고, 숙소는 이미 체크아웃한 상태고, 딱히 갈 데도 없고. 비가 오니 기분까지 축축쳐지는데다 야간열차를 타야한다는 게 또 은근히 걱정도 되는 상태. 어쨌든 계속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어디든 둘러봐야지 싶어, 다시 트램에 올랐다. 아직 제대로 운하 구경을 못한지라 운하는 보고 가자 싶어서.

운하가 흐르는 워털루 광장Waterlooplein 에 내리니, 광장에서는 한창 Gay Pride 2008이 진행중. 사실은 좀 가까이 가서 살펴보고 싶었는데, 광장에 설치해놓은 화장실을 보고 제대로 놀란 친구가 꺼려해서; 그냥 다리 위에서만 휘리릭 보고 돌아섰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불가능한 행사라 궁금했는데 말이지.

어쨌든 시간을 이리저리 때우다때우다 못해 결국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다시 향했다. 비도 오고, 그냥 기차역에서 기다리자 싶어서. 갈 데가 없다는게 은근히 서럽기도 하고. 비만 안왔어도 좋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비가 내린다는 것 자체도 하나의 즐길거리가 될 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당시에는 그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았던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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