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한 야간열차는 약 8시간 가량 달려 뮌헨 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6인승 쿠셋을 이용했는데, 다음부턴 왠만하면 야간열차는 타지 말아야지... 아니야, 타더라도 6인승만은 피하자!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실 또 타려고 맘만 먹는다면야 못 탈게 뭐 있겠냐만 확실히 피로도가 남다른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말만 배낭여행이지 아침에 일어나 샤워 싹 다 하고 화장까지 하고 룰루랄라 돌아다녔던 우리에게 야간열차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화장실 자체가 씻는 것을 배려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는 것도 벅찼기 때문. 기차가 뮌헨역에 도착하기 전 어찌어찌 세수는 하고, 머리까지 정리해 평소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어놓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볼 땐 꾀죄죄한 게 바로 눈에 띄니까.

쿠셋 우리 칸은 나와 내 친구, 우리나라 배낭여행객 셋, 캐나다 여행객 하나 요렇게 6명이 함께 탑승했다. 캐나다 분은 친구 6명과 함께 왔는데, 나머지 여섯은 다 쌍쌍이 커플이고 자기만 솔로라 다른 칸을 쓰게 되었다고. 그 얘기를 들으니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 쫌 짠하기도 하더라.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아 했지만. 나머지 한국 배낭여행객 셋은 남자 둘 + 여자 하나의 구성으로 역시 커플에 친구 하나. 기차 칸에 타자마자 팩 소주, 치킨, 빵, 참치 등등등 먹을 것들을 잔뜩 꺼내놓기 시작. 캐나다 남정네 분은 혼자인게 뻘쭘했는지, 옆의 친구방으로 가서 놀겠다고 나가버리고, 외지에서 만나는 한국 여행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던 나는 아이팟 삼매경(사실은 가십걸을 열심히 보던 중;). 한참 지나고 나니 지쳤는지 셋은 잠들고, 캐나다 남정네분은 슬그머니 들어와 잠을 청하더라.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말 좀 걸고 그럴걸. 그치만 영어가 딸리니... 부끄러워서.

어쨌든 최대한 멀끔한 모습을 유지하려 분주하게 노력한 게 마무리 될 때 쯤 뮌헨역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기로 한 4 You Munchen 유스호스텔은 바로 역 근처라서 일단 짐부터 옮겨놓고 후딱 퓌센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무래도 전 날 비를 좀 맞은데다 기차 안에서 뒹굴었던 옷은 좀 찝찝해서 유스호스텔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옷을 갈아입고 바로 출발. 일정상 뮌헨 시내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는 날도 이 날 하루 뿐이라 점심 나절까진 퓌센, 오후에는 뮌헨을 돌아보는 다소 빡빡한 일정이었다.

완행열차를 타고 2시간쯤 달려 도착한 퓌센역. 아담하고 작은 역이다. Fussen이라고 적혀있는 노란색 벽이 아기자기하면서도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역이지만 역 내는 관광객들로 북적북적. 워낙에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유명한 곳이라 이른 아침 출발한 편인데도 사람들이 만만치 않게 많았다. 이 날 찍은 사진은 진짜 인물 사진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얼굴에 하트 뿅뿅 ㅠㅁㅠ


퓌센역에서 나가면 바로 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들이 보인다. 아무거나 타도 호엔슈반가우와 노이슈반슈타인까지는 가기 때문에 그냥 관광객들을 따라가면 됨. 버스비는 퓌센역에서 호엔슈반가우 앞 정류장까지 왕복 €3.2 사람이 많아 성까지 갈 때는 버스 안에서 서서 갔는데 10살쯤? 되어보이는 외국 꼬맹이들이 동양인은 신기한지 자꾸 말을 걸었다. 자기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다고 설명은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_- 성까지 가는데 보이는 마을도 아기자기하게 예뻐서 눈요기로는 그만이다.

그리고 도착한 버스정류장. 어차피 빠듯한 일정 때문에 성 내부는 들어가지 말자고 한 상태고, 성은 앞에서 봐야지 싶어서 성 앞까지는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방법은 세가지. 발품 팔아 걷기, 버스 타기, 마차 타기. 버스는 왠지 낭만이 없는 것 같도, 마차는 생각보다 비싸고 말 냄새가 너무 심했다. 결국 운동삼아 걸어 올라가기로. 안내책자 등에는 30분 가량 걸으면 된다고 써있는데, 그것보단 좀 더 걸었던 것 같다. 경사가 가파르지는 않아서 걸어 올라가는데 큰 무리는 없는 편. 마차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걸어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걸어 올라갈 때는 길을 꼭 확인하자! 말똥이 엄청나게 많다.




성은 생각보다 규모가 큰 편이라 바로 앞에서는 절대 전경을 담을 수 없고, 제대로 찍으려면 산 중턱의 다리까지 가야 한다. 이미 한참 걸은데다 다리까지 걸어가면 기차를 놓칠 듯 싶어 그냥 앞에서 보고 오는 것만으로 만족. 아침부터 입장객이 엄청 많은데다 번호 순서대로 몇 명씩만 입장을 시키기 때문에 성 입구에는 기다리는 줄이 이미 한참이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만드는 모티브를 제공했다고 하는 호엔슈반가우성. 노이슈반슈타인보다 화려한 맛은 떨어지지만, 독일의 이미지를 그대로 풍기는 성이다.

말 그대로 퓌센을 찍고! 뮌헨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향한 곳은 님펜부르크 성. 그 전에 기차역에 있는 YORMA에서 핫도그를 하나씩 사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역시 소세지의 나라 답게 그냥 패스트푸드로 파는 소세지마저 맛있구나 ㅠㅁㅠ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YORMA의 핫도그. 스태프 핫도그 따위보다 소세지가 훨씬 굵고 맛있다고!

뮌헨역에서 님펜부르크 성까지는 트램을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안내책자에서 소개해 준 건 17번 트램이어서 일단 기다리기 시작,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17번 트램은 오지 않고 19번과 37번만 죽어라고 오는 거였다. 알고 보니 17번 트램이 운행 중지되어 37번이 대체 노선으로 운행되고 있었던 것. 유럽 여기저기를 다녀보면 대중교통들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도 트램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 셈. 정류장에 붙어있는 건 일단 제대로 읽고 봐야겠다걸 배운 셈 쳐야지 뭐.

님펜부르크 성으로 갈 수 있는 정류장에 내리면 저 멀리 드넓은 정원과 성이 보인다. 바로크식 성 답게 외관은 심플하고 낮은 편. 반면 정원과 호수가 굉장히 넓다. 호수에는 유유히 물 위를 노니는 백조들도 있고.




성 내부는 화려한 맛도 있지만, 역시 독일스럽다. 성이 굉장히 큰 편인데 공개하는 것은 일부만이라 좀 아쉽기도.


늦은 오후, 햇살이 비춰 반짝이는 호수의 물결이 눈부시면서도 아름다웠다.

님펜부르크를 둘러보고 나서 향한 곳은 뮌헨의 중심지인 마리엔 광장. 역시 트램을 타고 이동했는데, 친절한 독일 아저씨와 아주머니 덕분에 정류장을 잘 찾아서 내릴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났던 독일 사람들은 모두 여행객들하게 굉장히 친절해서 다니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마리엔 광장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뮌헨 시청사. 브뤼셀 그랑플라스에서 보았던 시청사와 흡사하다.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나중에는 도무지 헷갈려서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아 혼란스러운 상황이 온다.


높다란 쌍둥이 탑이 인상적인 프라우엔 교회. 내부 장식은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아마 가장 별다른 장식이 없는 종교 건물이었지 않나 싶다. 프라우엔 교회 자체보다는 교회 정면에 위치한 작은 분수 쉼터가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눈에 띄었다.

마리엔광장을 휘휘 둘러본 뒤에는 유명한 호프브로이하우스에 가서 맥주를 한 잔 할까해서 찾아 헤매었는데, 결국은 찾지 못하고 다른 집에 들어갔다. 이미 야외 테라스 자리는 꽉 차버려 내부 좌석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Donisl 이라는 곳이었는데, 소세지 먹어봐야지 싶어서 소세지를 시킨 게 결정적인 패인일 줄이야. 알고보니 그곳은 200년이나 된 독일 요리집이란다. 요리를 시켰어야 하는 건데!! ㅠㅁㅠ 소세지는 별로 맛도 없었다고!!!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숙소로 돌아갔다.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호스텔에 묵는 것은 브뤼셀과 뮌헨 두 곳이었는데, 브뤼셀에서 묵었던 호스텔보단 뮌헨 쪽이 훨씬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남녀혼숙인 방이었는데, 다른 침대에서 잤던 남자의 코고는 소리가 너무 심해 자다가 깜짝 깜짝 깼던 것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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